잔향 디지털 싱글 ‘만취의 밤’ 보도자료
홀로 마신 술로 만취하는 그에게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짧은 내러티브로 곡 설명을 대신한다.
0)
남자는 만취했다. 좁은 자취방에서 홀로 마신 술로 이렇게까지 취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그 집요한 주정(酒酊)이 흥미롭다. 반드시 취하고야 말겠다는 의지, 뭐 그런 걸까.
1)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연인과 헤어졌을 수도 있고, 친한 친구에게 배신당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염원하던 시험에서 똑 떨어졌을 수도 있고, 혹은 누군가와의 사별일 지도 모른다. 하, 이제 그게 무슨 상관일까.
2)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 모든 정보는 단순하게 치환된다던데. 질량, 전하, 각운동량이랬다. 남자는 외로움만 남았다. 복잡한 사연은 남자의 슬픔에 빨려 들어가 뭉그러졌고, 외로움으로 치환됐다. 그래서 남자는(이쯤에서 생각해보지만, 여자일지도 모른다!) 외로워서 울고, 외로워서 술을 마신다.
3)
갑자기 춤을 춘다. 치태를 보이고 싶나 보다. 다 늘어난 난닝구, 낡은 트렁크 팬티만 걸치고 추는 지저분한 춤사위. 제 딴엔 그 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인스타 감성 한창인 카페 한 가운데서 지금의 정신 나간 춤을 추면 외롭지 않을 거라 믿고 있는 남자. 물론 근거는 없다, 술 취한 사람 심리는 뻔하니까. 이성은 없고, 충동만 있는걸!
4)
옷장을 열더니 수트를 꺼낸다. 주섬주섬 옷을 입더니 불콰한 얼굴로 한껏 멋을 부린다. 좁은 자취방이라 화장실 말고는 거울이 없다. 좁은 화장실에서 격식을 차린 정장을 입고 한껏 멋을 부리는 만취한 진상.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초현실적이다. 어쩐지 몽롱하다. 남자(어쩌면 여자!), 화장실에서 스테이크라도 썰 기세다.
5)
별안간 거울에 입을 맞춘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겹쳐 봤나 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닮는다던데, 사랑했던 사람은 계속 서로 닮아있을까? 멀어져가는 닮음을 애달프게 잡아본다. 당연하게도, 부질없는 행동이다.
6)
갑자기 주저앉아 운다. 울면서 새로 한 병을 더 깐다. 혼자 마신 술로 만취했기에 망정이지, 정말 꼴불견이다. 저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돼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외로워서 다행이다.
Producer 여운Yeowoon
Executive Producer 여운Yeowoon
Composed by 여운Yeowoon
Lyrics by 여운Yeowoon
Arranged by 잔향after scent
Vocal 여운Yeowoon
Piano 혜윤Hyeyoon
Drum Dr.zerobin
Drum MIDI Programmed by 김태현Taehyun Kim
Recorded by 김태현Taehyun Kim
Mixed by 김태현Taehyun Kim
Mastered by 김태현Taehyun Kim
Album Artwork Hoxu